함께하는 사회문제
Id : Pw : 회원가입

 

 
작성일 : 13-05-09 14:00
독일통일이야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495  


‘동독 주민이 감시초소 주변에 나타났다. 어둠을 틈 타 서독으로 넘어가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린다. 탕! 탕!’

독일에선 최근 출시된 게임 ‘1378’이 논란이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돼 있던 시절을 배경으로 1378㎞에 이르는 장벽을 넘어가려는 동독 주민과 이를 막으려는 군인들이 등장한다. 게이머는 군인이나 주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군인을 선택하면 동독 주민을 총으로 쏴야 한다.

이 게임은 아직도 분단의 상처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통일 독일에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 시절 서독 망명을 시도했던 라이너 바그너는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맞은 느낌”이라며 “누가 다시 내게 총을 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 된 지 3일로 정확히 20년이 됐다.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에선 대대적인 주택 개선사업이 벌어져 이제 분단의 흔적을 눈으로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분단의 상처가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기쁨을 줬다’는 응답은 옛 동독 지역에서 57%, 서독 지역에선 53%에 불과했다. 서독 주민들은 동독의 재건을 지원하느라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고, 동독 지역 주민들은 2등 국민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통일 직전인 1991년과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해 보면, 서독 지역은 4만 유로에서 6만 유로로 50% 상승하는 동안 동독 지역에선 2만 유로에서 5만 유로로 150%나 늘어났다. 서독 주민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동독 지역 주민들만 혜택을 입은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가질 법하다. FT는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에 얼마나 많은 금전적 혜택이 쏟아졌는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동독 주민들도 할 말은 있다. 옛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10%가 넘는 반면 서독 지역은 7% 안팎이다. 시간당 평균임금도 서독 주민들이 동독 주민들보다 높다. 동독 주민들에겐 일자리도 적고, 같은 일을 해도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게다가 통일 과정에서 동독의 국영기업들이 서독에 헐값에 넘어갔다는 불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동독 지역 주민들의 69%가 ‘서독 주민들은 콧대가 높다’고 생각하고, 54%는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대답했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독일 녹색당 안체 헤르메노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통일 이전에 우리는 자유와 정의를 갈망했는데, 이제는 돈 이야기만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통일 이후 20년이 지났으니 이젠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존중해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오월동주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